오늘은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던 일본의 장기 불황을 거쳐 최근 화려하게 부활한
일본 증시의 상승 배경과 원인에 대해서 일본 닛케이신문의 분석을 기반으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닛케이 평균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1989년 12월로 당시 사상 최고치 지수가 38,915엔이었습니다.
오늘(2024년 2월 22일) 닛케이 평균 지수가 39,098엔으로 마감하면서 드디어 전고점을 돌파했습니다.
일본 증시 상승 배경 3가지
우선 일본 증시는 일본은행의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바탕으로 한 증시 부양책과 엔저 기조로 상장 기업의 이익이 꾸준히 개선되어 왔습니다. 이익 개선에 비해 미국, 유럽 등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은 높지 않아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아베노믹스' 개혁 이후로 10년 간 기업의 자본 효율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이 꾸준히 진행되어 온 점도 일본 증시의 매력을 높이는 투자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3월부터 도쿄증권거래소가 일본 증시 상장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기업 밸류업 대응방안'을 요구한 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와 맞물려 수급적으로는 글로벌 투자 자금의 '탈중국' 흐름의 반사이익과 신 NISA 제도 시행에 따른 일본 개인 투자자 증시 유입도 일본 증시 상승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죠.
지금부터 각 상승 배경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주요 상장 기업의 실적 호조와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2020년 이후로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150엔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엔저 현상이 진행되었습니다.
엔저에 힘입은 일본 수출 기업의 실적 호조와 일본 증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었겠죠.
이렇게 일본 기업의 이익 체력은 야금야금 꾸준히 개선되면서
2012년 말에 비해 2023년 회계연도의 주당순이익(EPS)이 2.7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 기간 미국(2.1배), 유럽(1.5배)에 비해 EPS 성장이 견조하게 유지된 것 입니다.
반면, PER 기준 일본 주식 시장은 14배 내외를 기록하고 있어 미국(20배 내외)에 비해 낮은 밸류에이션을 보입니다.
최근 주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아직 닛케이 평균 PBR(주가 순자산 비율)은 1.3배 정도에 머무르고 있어
직전 닛케이 전고점인 1989년 말의 PBR에 비하면 아직 5분의 1 수준이고
견조한 실적과 자본이 뒷받침 되고 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아직 높다고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1989년 말 주가 수준을 100으로 지수화 해 상대 주가를 비교하면 미국와 유럽의 주가는 8~12배 상승한 반면
일본 주식은 버블 붕괴 이후 장기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2.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확대
일본 상장 기업들의 이익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이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들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환원이 더욱 확대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2009년을 바닥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주환원이 적었지만 최근 도쿄증권거래소(TSE)를 필두로 일본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저PBR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 개선 방안을 요구하면서 주주환원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2022년에 일본 상장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9조엔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일본 기업들의 현금 축적액이 풍부하고 최근 2024년 자사주 매입 속도가 22~23년 대비 더욱 빠르기 때문에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 또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볼 수 있습니다.
일본 증시 전체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20% 초반대인 미국이나 10% 중반대인 유럽에 비해 여전히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주주환원과 기업지배구조(거버넌스) 개혁을 통해서 ROE를 높이려는 노력들이 엿보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아베노믹스 기대감으로 일본 주식 시장이 상승했던 2013년과 작년인 2023년의
증시 Total Return(주가 상승+배당)을 요소별로 breakdown 해놓은 것인데요.
2013년의 Total Return은 43.4%로 대부분 매출 증가(11.6%)와 이익률 개선(22.9%)에 기인했습니다.
일본은행이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치며 환율 효과로 일본 기업들의 이익이 개선된 것이 주된 요인이었습니다.
반면, 2023년의 Total Return은 24.9%로 2013년보다 낮았습니다.
특히 매출 증가와 이익률 개선을 합친 실적 요인은 7.5%에 불과했죠.
대신 2013에는 마이너스 요인이었던 주식수 효과가 2023년에는 플러스 요인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실적 개선 요인이 한정적인 가운데 마진을 개선하고 주식수를 줄여 EPS를 증가시켰다고 해석되는 이유입니다.
특히 도쿄증권거래소(TSE)는 2022년 시장 구분을 Prime, Standard, Growth 세 개의 시장으로 재편하고
2023년 3월에는 일본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상장사들에게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개선 방침과 이행 계획 등을 공개하도록 요구했습니다.
ROE가 낮고 PBR이 1배 미만인 기업들에게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상장 폐지까지 검토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이에 작년 말까지 프라임 시장 1,656개사 중 약 40%에 해당되는 664개사가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습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이러한 일명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본 증시 re-rating에 도움이 되었다는 판단입니다.
한국 금융당국도 이를 벤치마크 한 'Value Up 프로그램'을 다음 주(2월 26일)에 발표할 예정이라 국내 증시 상승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눈여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3. 외국인들의 순매수와 신 NISA 제도 도입에 따른 개인 투자 활성화 기대감
우선 최근 일본 증시를 상승시킨 가장 큰 주체를 파악하려면 투자 주체별 매매동향을 살펴봐야 합니다.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했던 2023년 연간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순매수, 개인 투자자는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2024년 들어서도 연초부터 일본 증시의 상승을 이끄는 것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수세로 파악되고 있으며,
특히 중동 오일머니의 유입세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최근 중국의 경기 침체로 아시아권 투자 자금의 탈중국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외 투자 자본의 '탈중국'에 따른 반사이익이 인도와 일본 증시 호조로 나타난 건데요.
당분간 중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러한 중국발 자금 이동이 한동안 지속될 것 같습니다.
또한 신 NISA 시행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잃어버린 30년' 동안 일본 개인들의 자금은 투자보다는 저축에 쏠려 있었지만
최근 일본 증시 호조와 인플레이션으로 개인 자금이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소액투자비과세제도인 NISA 제도는 2014년 1월에 처음 도입되었는데요.
2024년 1월부터 새로운 NISA 제도가 시행되면서 비과세기간이 무기한으로 늘어나고 투자범위가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한국은 주식 투자 이익이 대부분 비과세이지만 일본은 주식과 펀드의 매각이익에 20%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NISA 계좌에서 매입한 주식이나 펀드의 매각이익의 비과세 장점이 돋보일 수 밖에 없겠죠.
이에 따라 월 1,000억엔 전후로 유입되던 NISA 주식 매입액이 24년 1월에는 6,000억엔으로 급증했습니다.
일본 개인의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2% 수준으로 미국(39%)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향후 일본 개인들이 주식 자산으로 이동할 여력이 충분히 많이 남아있다고 볼 수도 있는 거죠.
일본 개인의 주식 매수세가 최근 일본 증시 상승에 본격적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앞으로의 기대감으로는 충분히 남겨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본 블로그는 일본 증시 및 주식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달할 뿐, 투자에 대한 권유 및 의견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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